제목 : 소사장제의 도입및 반대투쟁사례 : 신우인터내셔널 노동조합(1991)
1. 기업현황과 노동통제의 특징
신우인터내셔날은 1982년에 설립, 본사는 서울, 공장은 부산 용당동
에서 컨테이너를 생산해 왔으나 양산에 공장을 세운 후, 양산공장(경남
양산군 양산읍 유산리)이 커져 본공장이 되었다.(위장폐업철회투쟁이
전개된 곳이며, 쟁의가 끝난 후 회사는 회사명을 신우산업기계로 바꾸
어 현재 이름) 매립관계로 부산공장을 비워주게 되자 양산에 다시 부지
를 매입, 1988년 9월부터 공사에 들어가
름의 회사를 신설했다. 부산공장의 노동장들은 공장을 폐쇄하는 데 반
발, 강력한 출근투쟁을 전개하여 뉴월드로 고용승계의 합의를 얻어낸
바 있다. 신우는 컨테이너를 생산하여 동남아 일대로 수출한다. 포철에
서 철판을 구입하여 벤딩(접는 작업)작업을 한 후 부서별로 나누어 조
립, 완제품을 제작하는 데 컨테이너제작은 단순조립가공의 노동집약산
업에 속한다.
한국컨테이너 공업협회에 등록된 기업은 진도, 현대, 홍명, 효성, 신
우로 5개업체이며, 이들이 전세계 생산량의 약 50%를 생산한다. 신우를
제외한 나머지 4개사는 모두 대기업이며, 신우는 현대로부터 물량을 하
청받아왔고, 협회에 등록된 지도 얼마 안되었다. 그러나 신우의 장점은
부가가치가 높은 특수 컨테이너를 생산하는 데 있으며, 생산기술의 성
격상 앞으로 동종업계 대기업은 경쟁력을 상실할 우려가 있으나, 신우
의 전망은 밝다고 할수있다.
신우에는 현재 생산직 노동자 수가 96명이다. 기업 분할 결과, 신설
된 `뉴월드'의 사장은 신우의 전 상무이며, 뉴월드에서 일하는 생산직
노동자 수는 4월말 현재 30여명이지만 형식상 5월 3일까지 70여명의 노
동자가 뉴월드 안에서 하도급업체에 고용되어 함께 일해왔다.
컨테이너 생산에 소요되는 원.부자재는 모두 국내 조달이 가능하고,
기계화, 자동화 정도가 그다지 높은 수준이 아니므로, 단위시간당 얼마
나 많은 양을 생산해 내는가 하는 것이 보다 많은 이윤을 만드는 관건
이 된다.
이에 따라 노조 결성 이전까지 회사측은, 조.반장을 내세워 생산,노
무관리를 전담하게 했고, 이들이 얼마나 노동력을 짜내는가는 회사의
이윤에 크기에 직결되었다고 할 수 있다. 사장은 조반장들에게 일반 생
산직 노동자와 달리 대우를 잘해주면서 이들을 통해 노동자들을 통제해
온 반면, 노조 결성의 하나의 동기가 될 만큼 조/반장들과 일반 노동자
들의 관계는 악화되었다. 즉, 노-자간의 대립, 갈등은 노-노간의 대립,
갈등으로 위장되어 나타났던 것이다. 사장은 조합이 생긴 후 자신들에
위치에 불안을 느끼는 조.반장들을 이용하여 위장폐업후 회사를
게 하는 한편, 뉴월드가 가동되자 이들을 하도급업자로 변신시켜 노동
착취 극대화의 도구로 썼다. 노동조합은 복지후에 노사협의를 통해 조.
반장제를 없애고, 각 부서별로 당번을 두어, 자재를 나누는 등 일을 번
갈아 하도록 하고 있다.
2. 위장폐업과 노조의 투쟁
터 단체협약체결을 위해 첫 노사교섭에 들어갔다. 4,5차 교섭이 결렬된
직후인 27일 사장은 모든 종업원을(부산공장 종업원 포함) 모아놓고 일
방적으로 폐업을 선언했다. 노조는 이를 노조탄압으로 규정하고 폐업철
회를 요구하며 사장이 철회에 잠정적으로 합의했으나 다음날인 2월 20
일 다시 전근로자가 모인 자리에서 사장은 노조 간부들에게 하도급을
주고 회사를 가동하겠다고 어처구니없는 제안을 했다. 이렇게 되자 노
조는 폐업에 동의하여 4-5개월분의 임금에 상당하는 해고비를 받기로
하고 공장폐업에 따른 전원 해고에 합의하는 각서를 작성했다.
그런데 며칠후 금품청산을 위해 회사에 들어선 조합원의 눈앞에서 공
장이 움직이고 있었다. 사장이 부산공장 근무자와 조반장들을 불러 정
상가동 준비를 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위장폐업을 확인한 노동자들은
격분하여 공장이 정상 가동되는 2월 9일 부터 본격적인 폐업철회및 원
직복직투쟁에 나서게 되었다. 이후부터 7월 8일까지 장기간에 걸친 투
쟁이 시작된 것이다. 조합은 사장을 노동부에 고발하고 KBS와 MBC에 부
당한 사실을 보도해 줄 것을 요청했다. 2월 18일 두 방송에서 전파를
타고 사장의 부도덕성이 폭로되자 사장은 폐업신고를 철회했다.
2월 20일 조합은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서를 내는
한편 금강공원에서 단합대회를 열고 투쟁대오를 정비했다.생계를 위해
다른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어서 조합원전체가 모이는 날은 매주
일요일 부산역으로 하고 원직복직을 쟁취할 때까지 끝까지 싸
우기로 결의했다.
3월30일 지노위에서 복직명령을 내리자 투쟁하던 노동자들은 더욱 힘
을 얻었으나 사장은 판정에 불복하여 재심을 청구했다.
4월 13일 양산공장에 모인 노동자들은 출근투쟁을 개시했다. 이것이
첫번째 단체행동이었다. 간부 중심으로 각분야에 복직을 호소하고 보도
를 요청한데서 탈피, 이날 이후로는 보다 많은 조합원의 참여 속에 실
력행사에 들어가게 되었다. 출근투쟁은 끈질기게 계속되어 5월 8일에는
정문 앞에 텐트를 치고 24명이 함께 기거하면서 농성을 벌이는 것으로
발전했다. 그러자 5월 10일 80여 명의 구사대가 이들을 습격하여 조합
원이 폭행을 당하는 등 난투극이 벌어져 쫓겨나게 되었다. 다음날 분노
한 조합원들이 속속 모여들어 회사 안으로 들어가 휴게실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였다. 조업은 전면 중단되었다. 회사측은 다시 140명의 구사
대를 편성, 습격을 시도하였다. 그러나 사장의 음모와 부도덕성이 너무
나 명백해진 터라 구사대도 그다지 싸울 의사가 없었다고 한다. 사장은
자신이 청구한 재심이 기각되고 싸움에서 밀리게 되자 6월 1일 다시 폐
업 공고를 했다. 여기서 노조는 투쟁을 한단계 높여 민주노조와 연대하
는 한편 투쟁의 장을 가두로 확산했다. 6월 7일 부산역에서 집회를 개
최했다. 뜨거운 태양볕 아래 민주노조운동세력의 동참.지원을 받으며
개최된 집회에서 강철같은 투쟁의지를 다졌다. 수산대학교에서 열린 청
년운동단체의 행사에 민주장터를 열어 기금마련을 하는 등 더욱 가열찬
싸움을 전개, 7월 6일 마침내 사장을 굴복시켰다.
원직복직을 쟁취, 회사로 당당하게 입성한 노조는 집행부를 재구성하
고 대의원을 선출하는 등 조직내부를 정비하였다. 위장폐업의 원인은
전적으로 노조결성에 대한 사장의 불만과 전근대적인 횡포에 있었다.
신우는 1987년과 1988년 한국경제의 호황과 수출증대의 흐름을 타고
엄청나게 성장하고 이윤을 증대시켰다. 1987년 9월에서 1988년 9월 사
이(9월 결산법인임)자산의 규모는 2배 이상 늘어났으며 당기순 이익은
4배 가까이 늘어났다. 부채는 두배 남짓 증가했지만 자기자본은 2배반
가량 증가했고 유형고정자산(기계,건물 등)은 7배 이상 늘어났던 것이
재무제표에 확인된다. 사장은 노조가 결성되자, 생산부서를 모두 정리
하고 조반장에게 하도급을 주려고 처음부터 작정한 것같다. 이는 골치
아픈 노조를 없애고, 저임금으로 시간당 생산량을 더욱 늘리려는 음모
였는데, 노조가 항의하자, 노조간부들에게 하도급을 주겠다는 엉뚱한
제안을 한 것이다. 노조가 이를 수락하지 않으면 위장폐업으로 노조를
파괴할 수 있고, 노조가 수락한다 하더라도 역시 노조는 파괴할 수 있
다는 계산이었다. 사장의 의도는 적중하는듯 했으나, 조합원들의 강한
단결력과 투쟁 앞에서 그 얕은 꾀와 음모가 수포로 돌아간 것이다. 이
제 노조 앞에는 뉴월드 노동자와 단결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
게 되었다.
3.하도급업자가 된 조반장의 행로
뉴월드에 있는 하도급업체는 8개로, 여기에 도급제로 고용되는 노동
자는 70명 가량 된다. 신우에서는 뉴월드로 떨어지는 물량 가운데 일반
컨테이너의 단순조립은 모두 하도급업체에서 하고, 직영하의 노동자들
은 소수인원으로 품종이 각기 다른 컨테이너를 생산하고, 하도급 생산
품에 마무리 작업을 한다. 하도급업체의 노동자들은 장시간 일하면서도
보다 낮은 임금을 받고 있으며, 뉴월드에 노조가 결성되자, 하도급 업
체에서도 노조결성 시도가 있었으나, 뉴월드 사장이 하도급업자에게 조
합 결성에 따른 문제에 배상책임을 질 것을 요구하는 협박이 가해지면
서 하도급 사장들의 압력으로 무산되고 만다. 하도급 업체에 고용된 노
동자들이라 하더라도 사실상 신우 사장의 통제하에 있으며, 뉴월드이건
하도급업체이건간에 모두 신우산업기계의 일부분이라 할 수 있다. 뉴월
드는 하도급업체의 적자에 대한 지원을 비밀리에 하기도 하며, 뉴월드
에서 외주가공비를 지원할 때는 도급제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출근이원수에 맞추어 각 업체의 거의 비슷한 액수를 지급하였다고 한
다.
그러나 하도급업체의 노동자는 물론 하도급업체의 사장조차도 경제적
지위가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신우는 효과적인 노동통제와 경기의 안
정판으로 하도급 업체를 이용햇을 뿐이며, 1990년 들어 컨테이너의 주
문이 줄어들자, 1년의 계약기간이 끝난 하도급업체와 재계약을 맺지 않
았으며, 이에 따라 노동자들 전원이 해고되고 사장들 또한 오갈 데 없
이 쫓겨나게 되었다. 1년간 철저히 혹사당하고 이용당한 후 쫓겨난 것
이다. 자본가의 논리를 그대로 보여주는 신우사장의 비인간적인 속성은
여기서도 또 한번 드러난다. 사장에게 있어 노동자들은 결코 동등한
"인간"이 아니었으며, 노동자의 분열을 철저히 이용하고 분할 지배하는
것은 모든 자본가의 공통된 속성인 것이다.
4.투쟁승리의 교훈과 조합의 과제
신우노조의 위장폐업 철회투쟁이 승리하게 된 힘은 무엇보다도 노동
자들의 굳은 단결과 투쟁에 있었음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이것은 모
든 투쟁에서 견지되어야 할, 그리고 모든 투쟁을 승리로 이끄는 가장
확실한 힘이다. 노동위원회의 판결도 언론사의 보도도 승리에 도움은
되었지만 가장 결정적인 힘은 조합원의 단결과 실력행사에 있었다. 출
근투쟁을 전개하고 점거농성에 들어가는 등 실력행사를 통해 사장에게
실질적인 타격을 가함으로써 버티는데까지 버텨보려던 사장이 마침내
굴복하게 된 것이다.
다음으로 투쟁방법에서 또 하나 배워둘 점은 법적 절차를 적절히 활
용하고 사회여론을 조성하여 사장을 포위해 들어가는 한편 투쟁의 수위
를 높여가면서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투쟁을 전개했다는 것이
다. 이제 막 출범한 노조로서는 힘겨운 싸움이었으나 노조는 마침내 싸
움을 승리로 이끌었다. 뉴월드에서는 지난해 8월 조합이 결성되었으며,
올해 임투에서는 공동준비 공동교섭을 추진하였다. 뉴월드 노조는 우선
수가 적고, 하도급업체로 인하여 단체행동의 효과가 줄어들 수밖에 없
는 형편에 이르렀으며, 신우 또한 마찬가지의 사정을 안고 있는 셈이었
다.
뉴월드 위원장의 말을 따르면, 임투준비를 함께 하면서, "신우가 파
업을 하면 같이 한다고 작정을 했지만, 실제 교섭을 하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양쪽에서 따로 하면, 조금이라도 불리한 쪽으로 일방이
타결되면 다른데서도 그것을 적용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제로
뉴월드의 회사쪽 교섭위원은 책임지고 교섭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신우와 뉴월드는 2차부터 공동교섭에 들어갔다. 뉴월드 노조와
신우노조의 간부와 임원들의 결속력은 좋은 편이지만 조합원들간의 친
밀도는 아직까지 그렇게 높은 수준은 아니다. 신우와 뉴월드의 위원장
은 모두 신우와 뉴월드가 기업별 노조의 벽을 허물고 하나가 되어야 한
다고 믿고 있으며, 이것을 앞으로의 중요한 과제라고 이야기했다.
(이상은 지역과 노동 7호, 1990년 6월, 지역사회문제 자료연구실)
